'내 생애 봄날', 악역 없어도 흥미진진한 건
- 미디어
- 2014. 10. 20. 21:20
MBC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이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다. 시청률도 동시간대 1위(18일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 11.1%)를 차지하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보통의 경우 드라마의 인기는 악역과도 큰 연관성이 있다. 하여 드라마에서의 악역은 현실에서보다 더 잔인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드라마들이 강한 캐릭터를 내세운 악역을 내세운다.
악역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드라마의 경우 대부분 주인공이 방영 초반에는 당하다가 후반부에 가서 응징하는 전형적인 특징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시청자는 방영 초반에는 다소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18일 4회까지 방영된 <내 생애 봄날>에서는 드라마의 인기와 악역의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다소 진부할 줄 알았던 심장 이식에 담긴 사랑이야기도 배우들의 연기력과 예상할 수 없는 내용 전개로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아직 방영 초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 돋보여
처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소녀시대 수영(최수영, 이봄이 역)의 등장에 다소 의아했다. 타 방송사의 쟁쟁한 드라마와 경쟁해야 하는 밤10시 시간대에, 그것도 지상파의 주연 배우라니!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드라마를 보면서 이봄이의 역할과 그 동안 보여 준 최수영의 캐릭터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을 느꼈다.
특히 첫회에서 아내 기일 날 우도를 찾아 술과 음식을 바다에 던지는 강동하(감우성 분)에게 달려가 다짜고짜 '생태계를 파괴하는 고약한 지구인 아저씨야!'라고 호통을 치는 그녀의 모습은 배역이 아닌 실제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 앙칼진 목소리와 앞뒤 전후도 알지 못하고 생각대로 내뱉는 모습, 그 속에서도 아이들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연민의 정을 느끼는 연기 역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에 대응하는 강동하 역의 감우성 분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 상대방의 말이 많으면 습관처럼 뱉어내는 '뭐라는 거야~'라는 짜증스런 말투와 이봄이를 대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와 반응이 묘한 둘만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극 중 강동하와 이봄이는 둘 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성격들이 아니다. 현모양처의 모습보다는 톡톡 튀는 성격,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보다는 까칠한 성격이 이 둘의 모습이다. 다정함보다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더 많이 비쳐진다. 하지만 그 속에 또 다른 끌림과 어울림이 있다는 것이 시청자에게 재미를 더한다.
한 여인을 사이에 둔 형과 동생의 관계, 어떻게 이어질까
심장이식으로 새 생명을 살게 된 젊은 여자와 이미 두 아이의 아빠인 남자 사이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 전개도 흥미롭다.
엄청난 나이 차이도 문제이거니와 한 번 사랑하는 여인을 형에게 뺏긴 동생 강동욱(이준혁 분)이 그 심장을 기증받은 현재의 사랑하는 여인마저 또다시 형 강동하(감우성 분)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향후 형과 동생의 관계가 사뭇 궁금해지게 만든다. 또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이 먼저 사랑하는 이봄이(최수영 분)의 내면적 갈등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가족을 둘러싼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 이성적 사랑이냐 감성적 사랑이냐를 두고 겪게 될 혼란과 사랑을 하면서도 마음껏 사랑할 수 없고, 그러지 말아야 하면서도 자꾸 떠오르는 애잔함도 아프게 다가온다. 형과 동생 사이에 운명처럼 다가온 한 여인, 그리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MBC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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