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전국제천, 시청률은 성공했지만 공정성에서는 실패했다.

"시청자평가단의 점수가 750점? 말이 돼?"

설날 연휴 중인 지난 토요일, KBS 트롯 전국체전을 시청하면서 가족들이 무심코 내뱉은 시청 푸념이다. 

줄곧 이 프로그램을 즐겨봐 왔던 가족들이 많은 실력자들 중 유독 관심을 갖는 참가자가 있었다. 바로 <꽃마차> <오빠는 풍각쟁이> 등의 노래를 불렀던 7년차 무명가수 신미래다.

우승후보까지 기대했던 그 가수가 결승 문턱에서 돌연 3위에서 10위로 추락, 탈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지막에 시청자평가단의 점수가 공개되면서.

특유의 음색으로 기성세대도 잘 알지 못했던 <만요>를 불러 전문가 평가단에게조차 독보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가수 신미래는 방송이 거듭되면서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노래뿐만 아니라 이색적이고 풍자적인 퍼포먼스 역시 좋은 평을 받았다.

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 줄곧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고 항상 고득점을 받아왔던 그녀로서는 우승까지는 몰라도 결승까지는 기대했을 법하다. 준결승을 앞두고 방영된 소개멘트에서도 "여기까지 왔으니 결승은 가야죠"라고 당차게 말했으니 말이다.

 

 

 

▲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  지난 13일 토요일 방영된 트롯 전국체전 방영 후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시청자 청원글들.  ⓒ 이경관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공정성 논란 청원글 쏟아져

KBS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 전국체전>은 지난 13일 방영분부터 기존 편성 시간인 오후 10시 30분에서 한 시간여를 앞당겨 9시15분에 방영했다. 시청률은 기존 10% 중반대에서 18.2%(닐슨코리아기준)로 올랐다. 하지만 시청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도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글들이 줄을 이었다. 성적이 좋았던 여타 가수들이 1500점대 부터 1900점대를 받은 것에 비해 신미래 가수가 받는 750점이라는 점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방송 당시에도 점수가 공개되자 전문가 평가단조차 의아해 하는 표정이 화면에 비쳐졌다.

이를 반영하듯 방송 후 KBS 시청자 청원게시판에는 수 십개의 항의성 글이 올라왔고 지금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게시판의 글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평가단의 편파점수에 대한 항의부터 전문가 평가단인 원로가수에 대한 불만,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날선 비판까지 다양하다. 그 내용들을 보면 특정 가수에 대한 일방적인 옹호보다는 프로그램 심사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  <트롯 전국체전 중 신미래 가수의 점수가 공개되자 전문가 평가단의 표정 TV화면 갈무리> 트롯 전국체전 결승발표 중 3위를 달리고 있던 가수 신미래가 시청자평가단에게 75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자 전문가 평가단이 보인 반응  ⓒ KBS

 

 

시청자 의견에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그 청원이 과연 특정 가수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속된 말로 <빠>들이 쓴 글일까. 신미래라는 가수는 처음에 언급했듯 무명가수다. 하여 팬덤(fandom)이 두텁지 않다. KBS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청원글을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은 공정성이라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더욱 그렇다.

몇 번의 탈락이 있었던 참가자를 패자 부활시키는 것은 전문가 평가단의 고유 권한이다. 승부에서 한번도 진적 없고 오디션 내내 고득점을 유지했던 가수가 탈락하는 것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하지만 남녀비율은 물론 어떤 형식으로 평가단을 구성했는지 조차 알려지지 않은 시청자 평가단의 어이없는 점수로 우승후보였던 가수를 탈락시킨다는 것은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 평가단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트롯트계를 이끌어왔던 전문가 평가단은 시청률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단 말에 불과해진다. 물론 신뢰성면에서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공영방송 KBS는 타방송국에 비해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후발주자다. 그렇기 때문에 트롯 전국체전 측의 사사로운 이익은 물론 특정 목적이 있어서는 안된다. 오롯이 공정성만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시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도 KBS측의 몫이다.
 
전국 팔도의 대표 가수에서 글로벌 K-트로트의 주역이 될 새 얼굴을 찾기 위한 KBS의 대형 프로젝트라고 적혀있는 프로그램의 소개글처럼 시청률에만 급급하지 않고 공정성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트롯 전국체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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